PART 1 행복을 만들 수 있을까? : 긍정 정서_4

1장 긍정 정서와 긍정 특성_4

 

그렇다면 그 많은 특성 가운데 긍정심리학자들이 24가지만을 사람의 강점으로 꼽은 까닭은 무엇일까? 1936년 당시, 개인의 특징으로 분류된 1만 8,000개 단어 가운데 24가지를 고른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정신의학협회가 심리장애 진단 분류체계로 규정한 『심리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의 단점을 보완할 새로운 분류체계 작성에 참여했던 명망 있는 심리학자나 정신의학자들로서는 연구과제의 특성을 선정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용기, 친절, 창의성은 어떨까? 물론 얼마든지 연구 과제가 될 만하다. 그렇다면 지능, 절대음감, 철저한 시간관념은 어떤가? 이에 대한 판단 근거는 다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가?

●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닌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가?

● 학습에 의해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가?

 

이런 판단 근거에 비추어볼 때, 지능과 절대음감은 후천적 학습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강점에서 제외된다. 철저한 시간관념은 학습에 따라 계발할 수 있지만, 대개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인데다 모든 문화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아니어서 역시 강점으로 선정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무시해온 반면, 종교나 철학에서는 대단히 중요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에서 몇 천 년 동안 유유히 이어져온 강점과 미덕이 있다.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 일본의 사무라이 무사도, 성경, 힌두교 3대 경전의 하나인 『바가바드기타』를 비롯한 유서 깊은 전통을 살펴보면 세부적인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중시하는 미덕이 있다.

 

● 지혜와 지식

● 용기

● 사랑과 인간애

● 정의감

● 절제력

● 영성靈性과 초월성

 

이들 미덕은 저마다 하위 체계로 분류하고 평가할 수 있다. 예컨대 지혜는 흔히 강한 호기심, 학구열, 판단력, 창의성, 사회성 지능, 예견력으로 나뉜다. 사랑과 인간애에는 친절, 아량, 배려, 사랑을 주고받는 능력이 속한다. 이처럼 전통이 다른 문화권에서 오랜 세월 동안 유유히 전해 내려온 놀라운 가치들을 학문의 지표로 삼은 것이 바로 긍정심리학이다.

 

 

대표 강점이 중요한 이유

 

개인이 지닌 아주 특별한 강점을 나는 대표 강점signature strength이라 부른다. 이 책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독자들의 대표 강점과 보통 강점을 구분하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고치려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인생 최대의 성공과 더없는 만족은 개인의 대표 강점을 연마하고 활용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은 의외로 쉽다. ‘안락한 삶’은 삼페인을 마시거나 고급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누릴 수 있지만 행복한 삶은 다르다. 행복한 삶이란 참된 행복과 큰 만족을 얻기 위해 날마다 자신의 대표적인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 사랑, 자녀 양육을 비롯한 당신 삶의 주요 영역마다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4부에서 강점을 활용해 ‘행복한 삶’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다루었다.

내 대표적인 강점은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구열인데, 이것은 곧 내 삶의 뼈대이기도 하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 대표적인 강점을 연마하려고 노력한다. 학생들에게 강의할 복잡한 개념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하거나 여덟 살배기 딸에게 브리지 게임을 가르쳐줄 때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기쁨이 솟구친다. 내가 가장 기쁠 때는 학생들을 잘 가르칠 때다. 이런 날이면 기운이 절로 솟고 행복해진다. 그건 바로 내 대표 강점을 발휘해서 얻은 진정한 행복인 것이다. 반면 사람들을 조직하는 일은 내게 너무 힘들다. 은사나 내 주위 사람들이 이런 내 약점을 보완해주려 독려하면서 기회를 마련해주는 덕분에 회의를 진행할 때 그럭저럭 마치긴 한다. 그런데 그 이후가 문제다. 회의를 마치고 나면 기운이 솟기는커녕 맥이 탁 풀린다. 이처럼 내 약점을 보완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강의를 할 때만큼 큰 보람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회의를 마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에서도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한다.

 

자신의 대표 강점을 발휘해서 행복단하든 것이야말로 온전하게 되는 것이다. 행복이 강점과 미덕에 뿌리를 내릴 필요가 있는 것처럼, 강점과 미덕도 더 큰 무엇인가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행복한 삶이 안락한 삶 이상의 것이듯이, 의미 있는 삶은 행복한 삶 이상의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목적을 찾고 의미 있는 삶을 발견하는 데 긍정심리학은 어떤 도움이 될 것인가? 나는 완전무결한 의미론을 내세울 만큼 교만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의미 있는 삶은 자신의 전부를 바칠 만큼 좋아하고, 커다란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더 큰 실체로 이루어진다는 것만은 알고 있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기 위해 뉴에이지 사상에 관심을 갖거나 종교에 의지해온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기적이나 ‘신의 중재’를 갈망한다. 정신병리에만 집착해온 현대 심리학은 그동안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방치해둔 대가를 치르고 있다.

궁지에 빠진 많은 이들처럼 나도 내가 선택한 막연한 목적을 뛰어넘는 내 삶의 의미를 간절히 찾고 있다. 그러나 과학 정신을 중시하는 많은 서양인들이 그러하듯, 나도 초월적인 목적이나 더 나아가 신이 예비해둔 목적이 있다는 생각을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긍정심리학에서는 숭고한 목적을 초월적인 의미에 도달하는 비종교적인 접근 방법, 더 놀랍게도 초자역적이고 신에게 다다를 수 있는 길까지 제시 해준다.

 

이 책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는 여정을 떠나기 전에 간단히 당신의 행복도를 점검해 보라. 이 질문지는 포다이스Fordyce, Michael W 박사가 개발한 것으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해본 것이다. 이 책이나 웹사이트 www.authentichappiness.org에서 검사하면 된다. 웹사이트를 이용할 경우에는 자신의 점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비교할 수 있다. 또한 연령별, 성별, 교육수준별 비교도 가능하다.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행복은 경쟁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행복도의 측정은 자신의 행복도의 증가가 목적이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순위를 매기자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맨 뒷부분에 포다이스의 행복도 검사를 다시 실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때와 다 읽은 뒤의 행복도 검사를 비교해보면 당신의 행복도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